2022.07.29. (Fri)
#1
그룹콜에 들어갔다. 언어가 영어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미국 뉴욕 억양의 흑인 여성(가명 "안나")이 서울의 맛집을 추천하고 있다.
방에는 6명이 있는데 호스트는 30대로 보이는 히스패닉계 미국 남성(가명 "톰")이다.
사당역의 복돈이 부추삼겹살이 그렇게 좋다고 한다.
평소에 식당에 가서 흔히 먹는 삼겹살...
소스, 토핑, 고기의 종류를 하나하나 소개하니까 머릿속으로 그 냄새와 모양새가 상상이 되면서 군침이 돈다.
복돈이 부추삼겹살을 찾아봤다.
https://goo.gl/maps/i5LrWjdieAsjkYm1A
한국의 모기가 아주 독하다고 한다. 모기한테 아작났다(demolished)고 했다.
다리에 아주 큰 모기 물린 자국을 어디에다 비유하면서 정말 컸다고 묘사했다.
근데 정말 컸다. 사실 개인의 체질에 따라 몸이 모기 독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른데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다가 톰이 한국 모기들이 한국사람들처럼 독하게 일한다고 한다.
40대로 추정되는 한국 남성(가명 "인수")이 뉴욕에서 1년 간 일하는 프로젝트를 포기했다고 하며 망연자실한다.
집사람이 아무 말 없어서 안 가기로 했다가 한다.
왜 아무 말이 없는데 안 가기로 했냐고 안나가 말했다.
한국에서는 "안된다"는 의미라고 다른 한국인 여성(가명 "진희")이 설명해줬다.
인수가 그룹에 들어오면서부터 주제와 사용 언어 모두 바뀌었다.
주제는 지극히 인수 개인의 가정사였고
언어 또한 한국어만 사용되었다.
청중 중에서도 한국인 비율이 갑자기 늘었고...
난 사실 영어라는 장벽으로부터의 해방을 목표로
앱을 사용하는 터라 그룹을 나와야만 했다,
내 시간과 기회는 소중하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한국에는 자기표현을 장려하는 미국 사회에서보다 비언어적인 소통이 참 흔한 것 같다.
#2
한국인들은 ph[f]에, 베트남인들은 th 발음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예. pharmacy, thriller, thank)
스페인어권, 인도 출신의 유저들은 documentaries를 [dokoohmentreez]로 발음을 한다.
영어로 빠르게 발음하면 [dahkyumenahreez]로 발음이 된다.
스페인 친구가 books를 [boohks]로 발음한다. 미국인 백인 호스트가 [buhks]로 교정해준다.
베트남 친구는 box의 x[ks]를 [kusu] 혹은 [suku], [sutu]로 발음을 한다. voiceless한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베트남어의 조음 원리가 "자음 + 모음"이 반드시 하나씩 쌍을 지어야만 하는 걸까?
요지경 세상이다.
호스트가 "너 발음 잘하는데 (계속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발음연습 하고 싶어, 아니면 (너 차례를) 건너뛸까?"라고 물어본다.
사실 이런 기회가 흔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음소 자체를 잘못 발음해서 메시지를 올바르게 전달하지 못할 정도의 문제를 가진 게 아니라 모든 연습을 할 필요는 없다. 그룹콜에 참여한 10명의 유저들은 그 정도의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시간과 기회를 빼앗고 싶지 않다.
호스트에게 설명했지만
내가 그룹콜에 참여하는 목적은 다양한 영어 억양을 이해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그들의 다양한 말소리를 듣기만 해도 그만이다.
아랍어를 모국어로 하는 중동친구가 autobiography [ahwoodobayeehahgrafee]로 발음을 한다. woo로 발음하는 부분에서 억양이 심하게 다름을 느낄 수 있다.
#3
영어-일본어 교환 그룹콜을 열었는데...
일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발언할 때 기다려주는 경우가 많다.
아메리카 대륙을 포함해서 유럽, 동남아시아, 중국 사용자들은 대화 도중에 자유롭게 끼어들고
딱히 미안하다고 생각하진 않는 모양이다.
가끔은 다른 그룹콜의 공지글을 보면 "끼어들지 마세요"라고 영어로 적혀있긴 하다.
그런데도 끼어들 때가 있다. 하지만 고성을 지르거나 난장판을 만들진 않는 이상 딱히 호스트가 제지하진 않는다.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일본 남성분이 합류했다.
아주 점잖고 나긋나긋한 사람이다.
근데 왠걸.
독일, 인도네시아, 터키, 네팔 유저들이 그룹콜에 들어올 때마다 그 나라에 가 본 경험을 느리고 강한 일본식 영어 억양으로 얘기한다.
다수의 일본 유저와는 달리 부끄럼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인다.
해외여행은 자기 삻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보단 자기 삶이 더 소중하다고 한다.
그 또한 해방을 추구하는 것 같아 동료같은 마음이 든다.
매니저 위치에서 일하고 있다곤 하지만 부하들이 자라는 걸 도와주는 게 자기 역할이라고 한다.
미국 다국적기업의 문화 속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마인드셋답다.
(과학 실험도구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화학 전공자로서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다.)
매니저를 맡느라 수고가 많다고 격려하자
사실 그렇게 수고를 하진 않는다고 한다.
결국엔 삶과 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 무게가 다르게 느껴지는 듯하다.
마음의 힘은 현실의 무게를 초월하는 듯하다.
터키계 독일인 유저가 독일어 단어는 bahn은 도로가 아니라 기차나 철도를 의미한다고 한다.
autobahn은 고속도로가 맞다고 한다.
이 친구는 법대를 졸업해서 변호사이지만(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지는 미지수) 정부기관에서 compliance officer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리스크 매니지먼트(본인 언급)와 정부의 법령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역할(일본 유저가 롤에 대해 이해한 바)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Communication > Soci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Social] 폴더를 정리하는 기술 (0) | 2022.08.19 |
---|---|
[Social] 때묻지 않은 사람들과의 대화 (0) | 2022.08.16 |
[Social] 빠르고 쉬운 보상을 멀리하는 방법 (0) | 2022.08.15 |
[Social] "HTTP"를 다른 언어로 어떻게 발음할까? (0) | 2022.08.10 |
[Social] 2050년의 삶은 어떨까 : AI, Deep Learning, Cyborg, Climate Change, Poli Sys (0) | 2022.07.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