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cation/Social

[Social] 때묻지 않은 사람들과의 대화

by Gill Bates 2022. 8. 16.

항상 아랫 사람을 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권위에 저항하는 성향을 가진 나로서는 

아랫사람을 대하는 게 가장 긴장되는 일이다.

윗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이다.

사실 아래 위를 나눠서 생각하는 사고 자체가 

권위적인 의식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나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의식적으로 절제하게 된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도 타인의 의견과 대응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게 애써서 난 무엇을 얻지?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분위기와 생각, 느낌을 그들한테서 배울 수 있다.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산업 구조의 변화, 새로운 문화, 변화된 시장의 수요에 맞는 인력 공급을 목표로 한 변화된 교육, 새로운 문화, 새로운 인간상에 이르기까지 

세대차이를 만드는 요인들은 분명 존재하고 

그에 따른 세대간의 의식도 차이가 난다.

그들은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고 

그들은 우리가 아는 것을 모른다.

 

어제는 18살의 여성 두 명과 그룹콜에서 얘기를 나눴다.

한 명은 국제관계 전문가를 꿈꾸는 한국인, 한 명은 한국어 공부에 애착이 많은 러시아계 우크라이나인이었다.

둘 다 성향과 관심사는 달랐어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명랑한 태도를 숨기지 않고 표현했다.

한국 친구는 학업 때문에, 우크라이나 친구는 돈바스에서의 전쟁 때문에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참 밝았다.

 

가끔은 정치나 사회에 대한 그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의견이 표면적이고 추상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럴 때면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내가 고쳐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 편향된 생각을 그대로 놔두고 싶기도 하다.

막연한 미래 혹은 후세대에 대한 희망과 기대 때문이다.

아마 윗세대, 특히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마음도 이랬을까?

 

그렇게 후세대는 결혼적령기가 되고 기성세대가 될 것이다.

생존과 그에 따른 고착화된 신념과 인생관 때문에 그들은 다시 고집센 옛날사람이 되겠지.

그리고 좀 더 늦게 태어난 누군가는 이를 비판할 것이고...

 

이런 식으로 세대교체와 혁신이 이루어지나보다.

인간사의 이런 패턴을 가만히 보고 있는 나는 현기증과 공허함을 느낀다.

파괴는 창조의 또다른 이름이라고 누군가 말했던 듯하다.

영원함은 없다는 말도 기억난다.

그렇다면 나와 같은 사람들은 왜 그토록 어떠한 가치나 신념, 원칙에 집착하는 걸까.

물 흐르듯이 휩쓸려 사는 건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

방향을 잃은 나는 방황한다.

어리석지만 방향이 뚜렷했던 그 당시가 그립다.

댓글